EP2. 지구샵 박병길 총괄매니저

2021-08-25

영리를 추구하던 기업에서 일하던 박병길 매니저는 지구샵 창업 초기에 합류해 지금까지 환경을 위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왔다. 한 인터뷰에서 지속 가능함을 위해 많은 부분을 고려하라던 그의 말을 듣고 더 자세히 물어보고 싶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일을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히 병길님을 소개해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박병길이라고 합니다. 평소 낭비를 싫어하던 성격 탓에 제로웨이스트라는 가치에 깊이 공감했고, 이 가치를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2018년도 지구샵에 합류해 현재까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구샵에서 병길님의 역할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지구샵에서 총괄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어요. 세무회계나 인사 등 경영지원 업무부터 제품기획 및 개발 등 사업 운영적인 업무까지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정보나 기능을 인터넷으로 제어하는 기술이나 환경. 예로는 스마트 냉장고, 스마트 
*플라스틱 대란 : 2018년에 중국이 플라스틱 등 폐기물 수입을 금지했다. 그로 인해 오갈 데 없는 플라스틱이 국내에 쌓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다고 말씀을 주셨는데요. 그때 일했던 경험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을 운영하시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나요?

네, 도움이 됩니다. 회사 운영을 위해서 필요한 마케팅, 제품 기획, 디자인과 같은 일련의 과정들은 기업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회사에서 배운 많은 부분을 지구샵에서도 활용할 수 있었어요. 지구샵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함과 동시에 경제적 가치도 추구하는 하나의 회사니까요.

물론 중점을 어디에 두고 사업이 운영되느냐는 차이가 있어요. 지구샵은 영리 외적으로 추구해야 할 사회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이 사회적인 가치는 영리적 가치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때문에 소비자에게 어떤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지, 제품이 사용되고 난 후에 어떻게 처리가 되는지 등을 고민하게 돼요. 그런 점에서는 일반 영리회사와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차이점에 대해서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영리적인 기업과 영리만을 추구할 수 없는 기업은 어떤 점에서 다른 점이 있나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다 보니까 그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점이 중요하고 어려워요(웃음). 어떨 때는 두 가지가 상충하기도 합니다. 사회적 가치만을 추구하다 보면 이윤이 없을 수도 있거든요.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지구샵의 처음부터 지금까지도 고민스러운 부분이고 균형을 잘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두 가지 가치가 부딪히는 사례를 말씀 주실 수 있을까요?

고체치약이나 대나무칫솔과 같은 자사 제품을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찾아주고 계세요. 그런데 여기서 지구샵은 유통과정을 고민하게 돼요. 환경적인 가치를 지키면서 만든 제품이기 때문이에요. 일반적인 유통과정은 비닐을 활용하여 완충하고, 비닐 테이프를 활용해 택배 상자를 포장하잖아요. 만약 지구샵 제품이 이러한 유통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저희가 의도한 가치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지구샵에서는 가급적 오프라인 판매를 권장하고, 온라인 판매의 경우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배송일 경우에만 납품하고 있어요. 기업과 기관에서 지구샵 제품을 찾아주시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거절을 드려야 할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이익을 마다하실 때가 있으신 건데, 그럴 때 아쉬운 마음은 없으신가요?

아쉽지는 않아요. 제품을 기획했을 때, 의도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게 훨씬 중요한 가치니까요. 소비자분들도 그 가치를 믿고서 제품을 구매해주시고요. 당연히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지구샵과 소비자께서 추구하는 가치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인터뷰에서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일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섣불리 결정하지 말고 신중히 결정하셔야 해요”라고 말씀을 주신 적이 있어요. 저는 뭐랄까, 그 답변에서 따뜻한 단호함이 느껴졌어요. 병길님께서 지속 가능함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계신다고 생각도 들었고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서 세상에 빨리 소개하고 싶어도 이게 지속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니까요. 현실 가능성과 불확실함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씀을 드렸어요. 실제로 창업을 하게 되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현실이 너무 많이 생겨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더 깊은 고민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답변을 드렸어요.

병길님께서 겪은 예상치 못했던 순간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모든 일이 예상치 못한 일들이고요. 하루하루가 예상치 못한 하루에요(웃음). 요즘 제로웨이스트라는 가치가 많은 분께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저는 이 상황도 예상이 불가능했어요. 처음 창업을 했을 때 ‘제로웨이스트’라는 개념은 환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아는 단어였거든요. 일반인 분들은 “그게 뭐야?”라는 반응을 자주 보이셨어요. “왜 굳이 그렇게 해야 해?”라는 반응도 있었고요. 불과 3년 전만 해도 이렇게 많은 분이 환경보호에 관심 갖고 실천해주시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 외에도 많아요. 갑자기 하수가 넘쳐서 매장이 물바다가 되는 바람에 영업을 못 하게 될 때도 있었고요. 한참 많은 관심을 받고 있을 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 때도 있었어요. 전혀 예상할 수 없었죠.

현실 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자세한 의견도 주신다면 좋겠어요.

낭비가 없고 환경적으로 해가 최소화된 공간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따라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요. 이 모든 원칙을 완벽하게 지키면서 운영하는 것이 참 어렵거든요. 그래서 현실 가능한 선에서 환경적인 가치를 최대한으로 지키면서 운영하려고 해요. 예를 들면, 택배는 현장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쓰레기가 더 나올 수밖에 없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타지역에 사시는 분들께서는 매장 방문이 어려워 택배를 이용하시거든요. 이런 소비자분들을 위해 원칙을 최대한 지키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선택하고 있어요. 모두 종이 소재로 돼 있거나 기존자원을 재사용하는 방식의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민 속에서도 다시 나아가는 병길님의 방법이 있을까요?

이 사업을 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요. 사회적인 가치와 영리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기준이 모호해지기도 하고 흔들릴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지?”, “이 사업의 가치와 이유가 뭐지?”를 다시 떠올리고는 해요. 내가 이 활동을 왜 하는지 이유를 떠올리면 중심을 잡기가 수월해지거든요. 그뿐만 아니라, 이유를 생각하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유를 떠올리면서 기준과 방향을 설정한 사례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처음 사업을 기획했을 때는 환경에 큰 관심을 가지시는 제로웨이스터 분들을 위한 제품을 소개하고자 했어요. 지금은 대상이 조금 더 확장되었어요. 일반소비자분들도 어렵지 않게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칫솔의 대가 플라스틱이 아니라 대나무로 만들어진 칫솔이 있어요. 그래도 모는 여전히 플라스틱 소재예요. 처음에는 원칙적으로 완벽한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찾기 위해 모조차도 플라스틱이 아닌 제품을 찾아서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런 제품을 찾았는데도 실제 사용하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나도 이렇게 어려운데, 이제 막 관심을 갖고 실천하려는 소비자가 있다면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 포기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돈모, 식물성 섬유 등으로 만들어진 칫솔도 있답니다.

그래서 기준과 방향을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대나무칫솔이 비록 모는 여전히 플라스틱 소재일지라도 환경보호를 처음 시도해보는 분이 어렵지 않게 실천 가능한 훌륭한 대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많은 분이 칫솔의 대만이라도 플라스틱이 아닌 소재로 바꿔도 충분히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더 많은 분께 쉽고, 어렵지 않게 충분히 실천 가능한 방법을 소개해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원칙에 얽매이지 않는 게 제로웨이스트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은 없으셨는지 궁금해요

그런 고민을 하기도 했었는데요(웃음). 원칙은 여전히 지키되 조금 더 유연하게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분이 환경보호 활동에 동참해주시기를 바랐고 그 과정에서 지구샵의 목적을 잊지 않았으니까요. 실제로 매장을 운영해보니 현실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어요. 지구샵은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도 운영하고 있어서 물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플라스틱을 아예 사용하고 싶지 않아 유리 물병을 사용했는데 의도치 않게 파손이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런 경우 플라스틱 물병을 오래 쓰는 것과 유리 물병을 자주 교체하는 것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플라스틱을 오래 쓰는 게 더 낭비 없이 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조금은 유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더욱 실천 가능하고 효율적인 환경보호 활동일 수도 있고, 더 많은 분이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구샵은 최근에 연남점을 오픈했어요. 저는 지구샵 연남점이 지속 가능함이 많이 담겨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구샵 연남점이 어떤 의도에서 기획되었고 만들어졌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구샵 연남점은 수많은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앞에서 원칙적인 가치를 앞세워 제로웨이스터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해야 할지, 아니면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제로웨이스트 가치를 소개하고 알리는 데 집중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을 해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두 부분을 전부 충족시키기 위한 고민을 거듭해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환경에 피해가 최소화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고요. 더 많은 소비자분께 제로웨이스트 가치를 소개하기 위해서 접근성이 있는 위치를 고려했고 다양한 제품과 콘텐츠를 준비했습니다.

매장이 집처럼 꾸며져 있고 그에 맞는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연남점 컨셉 중 하나인 ‘제로웨이스터의 홈’에 대해서 소개를 부탁드려요.

제로웨이스트가 어렵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 중 플라스틱이 아니어도 되는 제품들도 많거든요. 개념을 말로 설명하는 거보다 직접 보여드리는 게 이해가 빠를 수 있잖아요. 그래서 매장을 주방 공간, 욕실, 서재와 같은 실제 집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기획했어요.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환경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보여드리고자 했고요. 컨셉을 제로웨이스터의 홈으로 정했어요. 방문하신다면 저희의 고민과 의도를 잘 파악하실 수 있을 거예요(웃음)

(웃음). 매장에 빵이 있는 점도 재미있었어요. 제로웨이스트 매장에서 왜 빵을 판매하게 되었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하면서 ‘비건’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비건을 실천하면서 생기는 환경적 가치가 크거든요. 가축을 사육하는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많은데 이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비건이 어렵지 않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소개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비건 베이커리 코너를 따로 마련했습니다. 매장에 있는 빵은 모두 식물성 식재료로 만들어졌고요. 맛있어요(웃음).

18년도에 상도동에 지구샵을 창업하셨을 때와 비교해서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고 말씀 주셨잖아요. 연남점을 준비하셨을 때와 18년도에 창업하던 때와 느낌이 다른 점이 있으셨나요?

매장을 준비하던 마음은 똑같아요. 두 매장 다 제로웨이스트 가치를 소개해드리고, 많은 분이 쉽게 동참하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18년도에는 제로웨이스트 가치를 온전히 잘 소개하는 데 집중했고, 지금은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운영하고 있어요.

지구샵과 병길님의 목표,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지구샵의 목표는 ‘누구나 쉽게 지구를 지키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지구샵이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거예요. 실제로 생활하시는데 환경적으로 해가 되는 부분, 그리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생기는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품과 활동을 꾸준히 소개해드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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