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김지윤 공동대표

2021-10-24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라고 말하는 드라마 속 당찬 캐릭터가 기후 문제를 본다면, 가슴이 답답할 테다. 기후 위기 대응의 결정권은 기성세대에게 있고 당사자인 청년과 청소년이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는 청년과 청소년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2014년부터 국내외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GEYK 공동대표 김지윤 님은 “나 하나쯤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신념을 이야기했고,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는 실제로 전 세계 청년들과 만나 토론하며, 기후환경 정책에 기여하고 있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긱이라고 부르는 단체에서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지윤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GEYK: Green Environment Youth Korea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과 대표님께서는 긱(geek)함을 추구하신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Geek이라는 단어가 특정 분야에 열정을 가진 사람, 혹은 괴짜를 뜻하잖아요. 기후변화에 열정을 가지고 재미있게 활동하고 싶어서 저와 기후변화 청년단체 긱(GEYK)은 긱(Geek)함을 추구하고 있어요.

기후변화에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지금과 다르게 기후변화가 북극곰만의 문제일 때가 있었어요. 많은 사람이 환경 운동은 자신이 아니라 북극곰을 위해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북극곰 문제도 문제인데, 이게 저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벼농사가 잘 안되거나, 맥주 생산이 어려워지면 저한테 당장 피해가 올 거 같았거든요.

그 이후로 활동을 시작하신 거예요?

활동을 시작한 건 2014년부터였어요. 대학교 마지막 전공수업 과목 중에 ‘국제 안보’라는 수업이 있었어요. 그때 환경 안보라는 개념을 배우면서 환경 문제에 관심이 커졌어요. 알아보니 문과인 저에게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거 같더라고요.

7년 전이면, 환경에 지금처럼 관심이 크지 않았을 때잖아요.

맞아요. 2년 전만 하더라도 탄소중립, 기후변화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얘기하는 주제가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어요.

활동하시는 만큼 큰 관심을 받지 못해서 속상하시지는 않으셨어요?

속상하기보다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어요. 환경을 위해서 활동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전선에 있는 거랑 비슷하거든요. 3보를 앞으로 갈 때도 있지만 2.5보를 뒤로 밀리기도 해요(웃음). 왜 “세상은 어쨌든 조금씩 좋아진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맞는 말인데 앞으로만 가는 건 아니니까 무기력할 때가 있죠.

뒤로 밀릴 때면 스스로 고민도 많이 하실 거 같아요.

맞아요. ‘기후변화 인식 개선을 위해서 활동을 하는 게 의미가 있나?’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기후변화가 진짜가 아니라면 어떡하지?’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어요. 말씀하신 거처럼 지금보다 관심이 적을 때는 더 고민스러웠고요. 저에게는 이 문제가 정말 중요한데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는 ‘이 문제가 정말 중요하지 않은 걸까?’라는 생각도 했었고요.

무력할 때도 있고, 늘 고민이 함께했는데도 7년 동안 활동을 해오실 수 있었던 동기는 뭐였나요?

최근에 저희 단체에서 ‘나에게 기후변화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글 쓰는 시간을 가졌는데, 저는 첫 줄에 “내가 이걸 왜 알았을까?”라고 썼어요(웃음). 기후변화 문제는 알고 나면 외면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힘들 때도 있지만 놓자니 마음에 걸리거든요. 제가 겪을 문제고 청년 세대와 미래 세대가 더 크게, 더 오래 겪을 문제니까요. 가장 큰 피해를 받을 사람이 가장 적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불합리한 사실도 외면하기가 어렵고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기후변화를 멈춰주세요”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기후변화 청년단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실제로 성과도 만들고 있어요.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청년단체와 대표님께서 제안하셨다고 들었어요.

제가 전기차를 사고 싶었어요(웃음). 근데 너무 비싸잖아요.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은 구매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다양한 정책 제안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다가 공유차를 빌릴 때 전기차를 선택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정책을 제안했어요. 공유차를 이용하는 연령대를 보면 20대, 30대가 많거든요. 그래서 전기차를 빌릴 때 보조금을 주면 실질적으로 혜택이 청년에게 많이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년에 서울시 나눔카로 선정된 업체인 쏘카와 그린카를 통해 전기차를 대여하면 30% 할인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더 많은 참여와 변화에는 실질적인 혜택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점에서 대표님께서 돈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들었어요(웃음).

네 맞아요. 블랙록이라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사가 있는데요. 이 회사가 운용하는 자산이 엄청나요. 운용자산의 규모가 한화로 약 9,500조 원이 넘는다고 하니까 정말 많죠. 작년 초였을 텐데, 이 회사가 석탄 연료를 사용해 얻은 매출이 25%가 넘는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처분하겠다고 발표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투자를 철회했고요. 이 사례를 보면 기업들이 왜 갑자기 우후죽순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말하는지 추측할 수 있죠.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투자를 받고 사업을 하기 어려워질 거예요. 돈이 실제로 기업의 행동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거죠.

실제로 한국에서도 변화가 생기고 있나요? 

석탄발전소에 대한 투자 감소가 하나의 사례예요. 원래 석탄발전소는 은행에게 안정적인 투자 자산 중의 하나였어요. 대부분 국가에서 석탄발전소를 *기저 발전원으로 사용했으니까요. 발전소를 지으면 보통 30년은 돌아가고 국가에서 보조금도 주니까 은행은 좋죠. 망할 일이 없으니까 꼬박꼬박 이자를 받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석탄발전소가 30년 이상 운영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졌어요.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은행이 투자를 꺼리면 석탄발전소 건설이 어려워져요. 돈이 워낙 많이 들거든요.*기저 발전원 : 발전의 기반을 이루는 에너지를 만드는 곳. 보통 저렴한 원자력, 석탄 발전을 말하고 24시간 연속으로 운전된다.

산업이 변화하면서 피해를 보는 개인도 있을 거 같아요.

네. 그래서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해요. 얼마 전에 삼천포 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고인은 3개월 쪼개기 계약직을 이어왔고 탈석탄 정책으로 평소 고용불안을 겪었다고 해요. 국가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원이 바뀌면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도 바뀌게 돼요. 이때 변화에 취약한 계층과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기 쉬운 거죠. 이분들의 피해가 뻔히 예상되기 때문에 인식 개선 교육, 직업 교육 등을 통해서 미리 준비해야 해요.

문제 해결의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히면 이해관계가 더 복잡해질 거 같아요.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전 세계에서도 논의하고 있나요? 이를테면 석탄을 많이 때야 하는 나라도 있을 거 같고요.

맞아요. 개발도상국은 개발이 필요하다고 얘기하잖아요. 그러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요. 그런데 선진국은 이미 개발을 다 해놓고는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인 탄소 예산이 별로 남지 않았다며 모두 함께 개발을 멈춰야 한다고 강요하면 불평등하다고 느낄 수 있죠. 이게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협상 이슈이기도 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정말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개발도상국은 앞으로 얼마간은 계속 석탄을 사용하게 될까요?

꼭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석탄 발전은 과거의 한물간 기술이에요. 지금까지 썼던 이유는 저렴해서고요. *LCOE라고 발전원별 단가가 있는데 지금은 신재생 에너지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어요. 인도는 석탄 발전보다 태양광 발전이 더 저렴한 걸로 알아요. 이런 사례가 계속 생기면 경제성 측면에서도 발전을 위해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택하지 않는 때가 올 수도 있을 거예*LCOE(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균등화 발전비용) : 발전에 소모된 모든 비용을 발전 용량으로 나누어 현재 가치로 환산한 개념. 이를 측정해서 조건이 각기 다른 발전원(태양광, 풍력, 석탄 등)의 단가를 산정하고 비교할 수 있다. 

기후변화 청년단체와 대표님께서 다양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이유가 다가올 2030년이 중요한 해이기 때문이라고 말씀을 주셨어요. 왜 2030년이 중요한가요?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서 각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합산해 순 배출 '0'이 되게끔 목표를 세우고 있어요. 이걸 ‘탄소 중립’, ‘넷제로’라고 해요. 그런데 2050년은 너무 멀리 있으니까 2030년을 중간 목표로 삼은 거예요. 중간 목표를 달성 여부에 따라서 남은 20년 동안 탄소 중립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을 거예요.

2030년에 어느 정도의 목표를 달성하면 미래를 긍정적으로 그려볼 수 있을까요?

*IPCC라는 조직이 있어요. 여기서 발표하기로는 우선 10년 안에 목표량의 50%를 줄여야 한다고 해요. 그리고 나머지 20년 동안 남은 50%를 줄이고요. 일단은 2030년까지 ‘50년까지 계획한 감축량의 50%를 줄이는 데 성공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 기후변화가 지구에 끼칠 위험을 평가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시스템과 큰 변화에 대해서 말씀을 많이 주셨는데요. 개인의 실천이 중요한 이유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도 개인적인 실천에서 시작했으니까요. 처음부터 ‘아, 이 제도가 문제고 이런 시스템이 바뀌어야 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거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는 쓰레기를 줍는 게 보여주기처럼 보일 수도 있죠. 그런데 작은 실천에서 느낀 문제의식이 더 나은 방향을 추구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아, 쓰레기만 주워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고요.

기업에게는 소비하지 않는 걸로도 목소리를 낼 수 있을 텐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는 어떻게 목소리를 내는 게 좋을까요?

곧 지구샵과 플로깅 캠페인을 할 텐데 플로깅하면 담배꽁초가 정말 많을 거예요. 하다 보면 ‘피는 사람 따로 있고, 줍는 사람 따로 있고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웃음). 그런데 보면 꽁초 수거함도 없어요. 잘 버리기가 어려운 거죠. 그럴 때 꽁초 수거함을 더 설치해달라고 얘기할 수 있겠죠. 그 외에도 우리가 사는 곳에 재활용 수거함이 없으면 재활용 수거함을 설치해달라고 목소리를 낼 수도 있고요. 민원이라고 하면 조금 부정적으로 느끼실 수도 있을 텐데 불편한 부분과 원하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개선해 나가는 절차라고 이해하시면 좋겠어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뭘 갖고 싶고, 뭘 먹고 싶은지 얘기하지 않으면 모르잖아요. 계속 얘기하고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세히 설명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 청년단체와 대표님의 계획을 들어보고 싶어요.

2030년까지 한 8년 정도가 남았어요. 그때쯤이면 기후 상승을 1.5도까지로 제한할 수 있을지 아니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 뜨거운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 판단이 날 거예요. 기후변화청년단체는 8년 정도 더 활동하고 해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웃음). 가까운 계획으로는 국내에 신규 석탄발전소가 가동되지 않도록 캠페인과 인식 재고를 하려고 해요. 또한 정책 제안을 서울시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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